처음부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왜 사회복지사가 되셨어요?”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받는 질문이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처음부터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나의 꿈은 재단을 만들어 사회사업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게 되었고, 그렇게 사회복지 현장에 들어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꿈꿨던 것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이 아니라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 사회복지사를 준비하는 많은 사람들도 비슷할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을 돕고 싶어서.

누군가는 장애인이나 노인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누군가는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또 누군가는 안정적인 직업을 기대하며 사회복지사의 길을 선택한다.

시작하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

하지만 현장에서 18년을 일하며 느낀 것은 사회복지사가 되는 이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사회복지사로 남아 있는 이유다.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직업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직업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은 다양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있고, 전공자가 아니어도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현장에는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한 신입 직원도 있지만, 전혀 다른 직업을 하다가 뒤늦게 사회복지사가 된 분들도 적지 않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서는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직업이다.

하지만 현장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사회복지사는 사람을 만나고 상담하는 일만 하지 않는다. 사업을 기획하고, 예산을 관리하고, 실적을 정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용자와 보호자를 만나고, 지역사회와 협력하며, 때로는 갈등을 조정하고 민원을 해결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상담사가 되고, 어떤 날은 강사가 되고, 어떤 날은 행정 담당자가 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쉽게 지치지 않는 마음일지도 모른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떠나는 사람들 중에는 능력이 부족해서 떠나는 사람보다 지쳐서 떠나는 사람이 더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사회복지사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사회복지사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누구나 할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시작할 수는 있다.

하지만 누구나 오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좋은 마음만으로는 오래 갈 수 없다

사회복지를 처음 공부할 때는 가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것.

당연히 중요한 가치다.

하지만 현장에서 일할수록 또 다른 현실이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사회복지사의 처우를 개선하려면 재원이 필요하다.

장애인 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도, 돌봄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도 결국 사람과 돈이 필요하다.

복지는 가치의 영역이지만 동시에 재정의 영역이기도 하다.

현장에서 오래 일할수록 “무엇이 옳은가”보다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좋은 사업이 사라지는 이유는 대부분 가치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예산이 부족하거나, 인력이 부족하거나, 운영을 지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나는 가치와 재원을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가치가 방향이라면 재원은 연료다.

방향만 있고 연료가 없으면 움직일 수 없고, 연료만 있고 방향이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다.

사회복지도 마찬가지다.

좋은 복지를 위해서는 가치가 필요하고, 그 가치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이 필요하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며 얻은 가장 큰 깨달음 중 하나는 바로 이것이다.

복지는 좋은 마음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좋은 의도와 안정적인 재원이 함께할 때 비로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오래 도움이 될 수 있다.

결국 남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를까

나는 여전히 사회복지사가 되고 싶었던 적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새 사회복지 현장에서 18년을 일하고 있다.

그렇다면 나는 왜 아직도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을까.

무엇보다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애아동의 성장을 돕고, 가족의 부담을 줄이고, 지역사회 안에서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은 분명 의미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이 세상을 완전히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삶에는 작은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또 하나는 내 아이들에게 내 직업을 부끄럽지 않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빠가 돈을 많이 버는 직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를 돕고, 사회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는 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러운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워라밸도 이유 중 하나다.

사회복지 현장이 결코 쉬운 곳은 아니지만,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다는 점 역시 중요한 장점이다.

아마 오래 남아 있는 사회복지사들은 각자 자신만의 이유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사람을 좋아해서.

누군가는 이용자의 변화를 보며 보람을 느껴서.

누군가는 지역사회를 바꾸고 싶어서.

그리고 누군가는 자신의 삶과 가치관에 맞는 균형을 찾았기 때문에.

사회복지는 완벽한 직업이 아니다.

힘든 점도 많고, 아쉬운 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 일을 선택하고, 또 누군가는 이 일을 계속한다.

어쩌면 사회복지사는 직업이기 이전에 질문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을 오랫동안 붙들고 있는 사람들만이 사회복지사라는 이름으로 남아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여전히 재단을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사회복지가 조금 더 나아질 방법을 고민하는 일은 아직도 계속하고 있다.